뉴스를 넘기다 우연히 한 기사를 마주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열린 추모 행사 소식이었다. 특히 대구에서 열린 음악회는 음악으로 그날의 아픔을 위로하고 기억을 기리는 자리였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제 생존자는 다섯 분뿐이라고 한다. 숫자가 주는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사실 나는 평소에 이런 사회적 아픔을 깊이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방 소도시에서 혼자 공부하며 지내다 보면, 뉴스의 사건들은 나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문득, 딱 한 번 서울 스케이트장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넓은 빙판 위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던 순간. 그런 평범함을 누리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번 기림의 날을 계기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1. 기림의 날, 왜 중요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인권 문제다. 기림의 날은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날이다.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대구에서 열린 추모 음악회를 소개하며, 시민들이 함께 추모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전했다. 이날의 의미는 단순한 애도에 그치지 않고,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졌다. 1996년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전시 성노예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림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진실을 알리고 책임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또한 기림의 날은 세대 간의 기억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나 같은 젊은 세대는 학교에서 배운 역사 수업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접하지만, 그 깊이를 온전히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다. 기림의 날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세대가 이 문제를 단순히 ‘과거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현재의 인권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2. 남은 이들을 위한 연대
생존자 다섯 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가장 우선일 것이다. 또한,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법적·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개인의 관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피해자 증언을 채록한 책과 다큐멘터리가 여럿 나왔다. 예를 들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담은 구술 채록집은 그분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는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한 할머니가 일본군에게 끌려가며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목소리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분의 나이는 지금쯤 아흔을 훌쩍 넘겼을 텐데,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가슴 아팠다.
우리는 이런 증언을 단순히 ‘역사 자료’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목소리이며, 미래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관련 기록물을 모아 작은 아카이브를 만들거나, 지역 도서관에 기증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누군가는 작은 일이라며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든다고 믿는다.
3. 일상 속에서 실천하기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다. 예를 들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주변에 알리는 것, 혹은 기림의 날이 있는 주에 조용히 묵념하는 것. 이런 작은 행동이 모여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또한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기림의 날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몇몇 친구들은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꺼내고, 기억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사회 전체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기억의 책’ 캠페인처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름을 한 글자씩 적어 책으로 엮는 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해 보려 한다.
4. 법과 제도의 역할
최근 법조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수원지검에서 발생한 집단퇴정 사건에 대한 징계 청구 소식도 있었다. 동아일보 속보에 따르면, 법무부가 관련 검사 2명에게 징계를 청구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단순히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법과 제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법이 제정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생존자 다섯 분의 생활 안정과 의료 지원을 위한 예산이 충분한지 의문이다. 또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에 대한 법적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
나는 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런 제도적 허점이 안타깝다. 법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을 확충하거나, 관련 단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논의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
5. 우리의 목소리
정치권에서도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등 이런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대한변협의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보도하며, 오랜 공석이었던 자리를 채우기 위한 움직임을 전했다. 이런 변화는 작지만, 사회가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특별감찰관은 고위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찰하는 자리로, 그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이번 추천이 실제 임명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정치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사회가 변화한다는 증거다.
또한 우리는 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인권 관련 공약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모든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표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인권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봤는데, 후보마다 입장이 크게 달랐다. 이런 차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나와는 무관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기억하고, 행동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6. 역사 교육의 중요성
기억을 지속시키는 데 있어 역사 교육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교과서에서도 다뤄지지만, 그 서술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교과서는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강제성의 맥락을 희석하거나, 일본의 책임을 모호하게 서술하기도 한다. 이는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된 시각으로 받아들일 위험을 낳는다.
나는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가르쳐 주신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무거운 주제가 힘들게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수업이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역사 교육은 단순히 과거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힘을 길러 준다.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더욱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증언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 자료를 수업 시간에 상영하거나, 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나는 대학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분의 눈빛과 목소리는 교과서에서 느낄 수 없는 무게가 있었다.
7. 국제사회와의 연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국제사회의 연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된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해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법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유엔에 공동으로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이미 이런 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나는 최근 한 국제 학술지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논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해외 연구자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또한 우리는 전 세계 시민들과의 연대를 위해 다양한 언어로 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된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외국인들도 이 문제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이 쌓여 국제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8. 미래 세대를 위한 다짐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가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단순히 과거를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미래 세대는 우리가 남긴 기록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나는 어릴 때 할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있다. 할머니는 전쟁 중에 겪었던 어려움을 종종 말씀하셨는데, 그때마다 “전쟁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돼”라고 강조하셨다. 비록 위안부 문제는 아니었지만, 전쟁의 아픔은 세대를 넘어 전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그 아픔을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전해야 한다.
우리의 기억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다짐이다. 우리가 잊지 않을 때, 그들의 아픔은 헛되지 않는다.